천안함 사태를 보는 단상 同時代史를 헤치며

정부의 대응에 관한 문제

천안함 조사 발표 후 그 내용에 의심을 제기하는 여론이 상당히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 후 정부의 대응에 비판적이었던 언론들을 중심으로 그러한 논조의 기사들을 내놓고 있고, 인터넷 일각에서는 의심을 부풀려 음모론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socio님이나 페이비언님이 그러한 경향을 냉철하게 비판했고 많은 블로거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는데, 워낙에 정보유통체계가 복잡한 인터넷 공간인지라 어떤 합리적 의심이 아닌 음모론적 주장들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정부나 수구언론들이 인터넷 공간의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여론 통제에 박차를 가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든다. 이미 그러한 낌새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검찰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유언비어'를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준다고 판단하여 '공안사건'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안사건으로 처리하겠다는 말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겠다는 말이고, 실제 검찰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관련기사-세계일보) 여전히 우리 한국사회는 공권력이 이때다 싶을 때 국가보안법이란 '눈 없는 칼'을 꺼내들 수 있는 사회이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결정된' 후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정부는 기습을 대비하지 못하고 아까운 장병들의 목숨을 잃게 한 안보라인을 문책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다. 휴전선 철조망에 구멍만 뚫려도 지휘 계통을 따라 줄줄이 처벌을 받는데, 과연 이번 사태에서는 잠수함이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가? 사건 이후 군의 미숙한 대응과정만 보아도 처벌 이유는 충분하다. 정부는 이 사태와 관련한 정치적 책임과 군사적 책임을 확실히 져야 할 것이다. 나는 정부의 태도와 관련하여 하나의 '음모론'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명박 정부가 선거에서 '북풍'을 일으키기 위해 이 민감한 시점에 발표를 강행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책임을 선거국면에서 '물타기'하기 위하여 그랬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선거정국에서는 책임론을 야당의 정략이라고 둘러대면 장땡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러한 모습이 현재 나타나고 있다.

천안함 사태는 본질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비롯된 최악의 사건이라 볼 수 있다. '무능력'이라기보다 오히려 '무작위'에 가까운 대북정책으로 지난 2년여 간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명박 정부는 시험이 어렵다고 해서 내내 미적거리다가 결국 자기의 능력으로는 풀 수도 없는 정말로 어려운 시험에 들게 되었다. 소중한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을 제재하면서도 결코 전쟁을 일으킬 수준으로까지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위험한 외줄타기와도 같은 대처능력을 이명박 정부는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부디 그럴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 치하에서 남북 화해와 평화무드를 바라는 일은 이미 비현실적인 망상이 되어버렸다. 향후 2년여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우리는 시야에 전쟁이란 선택지가 놓인 긴장 속에서 최악의 사태가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견뎌내야 한다. 과연 우리사회는 그러한 스트레스를 감당할 여유가 있을까?

지방선거에 관한 문제

이번 천안함 사태 발표를 단기적으로 지방선거와 관련 지어 생각해본다. 현재 언론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과연 '북풍'이 불 것이냐 말 것이냐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수구언론은 당연히 북풍을 통해 안보위기를 조성하고 야당을 공격하지만, 한겨레 등의 정부비판적 언론에서는 '북풍'이 여당에게만 유리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안보책임론을 부상시켜 야당에게도 유리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나는 '북풍'이 정부여당과 수구언론이 원하는 만큼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란 견지에서 한겨레 등 정부비판 언론과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다. 다만 내가 정말로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선거정국에서 진보정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커다란 타격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한겨레가 관련 주제를 다룬 기사에 실린 민주당 인사의 논평을 보면 이런 언급이 있다.

"보수층도 결집하겠지만 야권 지지층도 보수 결집에 위기감을 느껴 투표장으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한겨레 관련 기사 중

이번 '북풍'의 '역풍'으로 '야권의 결집'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분명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역풍'은 본질적으로 강한 '반한나라당' 정서에 기반을 둘 것이며 결국 상대적으로 가장 규모가 있는 야당인 민주당 지지로 기울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역풍'은 부동층도 끌어당길 것이지만 당연히 진보정당 지지층의 일부도 끌어당길 것이 틀림없다. 절충을 허락치 않는 안보문제에서 소수세력인 진보정당은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전개될 안보위기 정국에 관한 걱정

지방선거 이후 장기적으로 전개될 사태를 전망할 때 나는 어떤 암울한 상상마저 하게 된다. 한국현대사에서 안보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진보세력은 가장 엄혹한 탄압을 받아왔다. 공안정국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세력은 '반체제세력', 한국식 표현으로는 '빨갱이'로 낙인찍혀 생존 자체를 위협 받아온 것이 그동안의 역사이지 않았는가. 우려스럽게도 현재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오공감에 오른 어떤 포스팅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천안함 조사 발표 관련 대변인 브리핑을 두고 '빨갱이'라 비난했다. 안보위기로 급격히 경직된 담론 지형에서는 과격한 음모론도 아닌 합리적 의심과 재조사를 요구하는 주장마저도 '이적행위'로 몰리기 십상이고, 대개 그러한 비난은 현실적으로 진보세력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기득권을 지닌 극우반공 담론의 잠재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리버럴'한 지향을 가진 이들은 혐의를 벗기 위해 가장 강한 '혐의'를 가진 진보세력을 배제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현대사에서는 그런 비극이 자주 발생했었고, 지금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 치하에서 정부를 비판하면서 흔히 군사정권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하지만 단언컨대, 우리는 이제부터 정말로 군사정권으로 '되돌아간' 상황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공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세력과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반동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머잖아 모두가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민주화가 우리로 하여금 그런 공포를 더이상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주었다고 안심한 지 불과 십 수 년, 나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역사의 강물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덧글

  • ghistory 2010/05/22 00:38 # 답글

    이 글에서만은 진보정당이 아니라 진보신당과 사회당이라고 해야겠지요. 민주노동당은 선거연합의 일원이고, 이미 그 덕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파가 진보 용어를 더욱 널리 사용하게 되면서, '진보정당' 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좌파정당이라면 모를까.
  • 자유로픈 2010/05/22 00:49 #

    현재 민노당이 선거연합에 참여한 상황이지만, 본문에서 인용한 민노당 비판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중은 당연히 민노당을 독립적인 정당세력으로 보니까요. 당장 선거에서 여전히 지지를 보낼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요.

    친노그룹에서 진보 개념을 갖다 쓰고 있는데, 글쎄 뭐 카테고리를 나누는 담론은 앞으로 변화해나갈 수 있겠죠. 보수-혁신이 진보-보수로 바뀌었듯이...암튼 현 상황에서는 좌파정당이라고까지 부르기는 좀 어렵지 않겠어요.
  • ghistory 2010/05/22 01:00 #

    탈냉전 이후의 세계에서 급진좌파의 위축과 자유주의 좌파와 사회민주주의 우파 일부(우경화가 가장 심한 부류)의 수렴으로 과거에는 진보로 취급하지 않던 부류들이 스스로 진보라고 자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추세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진보' 는 잔여적-부정적 개념이라는 겁니다. 그 자체만으로 뭘 지칭해주지 않아요. 레드 컴플렉스 때문에 진보정당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건 부적절합니다. 민주노동당의 반미 내셔널리즘과 스탈린주의도 역사적 사회주의의 한 하위 유형이지요. 진보나 진보정당이라는 지칭은 매우 공허한 것입니다. 관행적 호칭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학문적 분석에서는 특별히나.
  • 자유로픈 2010/05/22 01:03 #

    음 알겠습니다...관련 부분에 대해 앞으로 관심을 가져봐야겠네요.
  • ghistory 2010/05/22 01:10 #

    가령 유럽연합의 유럽사회당은 이탈리아 민주당의 그리스도교민주주의 좌파 인사들 때문에 유럽의회 원내교섭단체 명칭을 유럽사회주의자-진보주의자연합으로 바꿔야 했습니다(과거에는 그냥 유럽사회당을 교섭단체명으로 썼지요).

    이번 영국 하원선거에서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의 연합 시도를 '진보연합' 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자유민주당은 자유주의 좌파 정당이지만 좌파-사회주의 정당은 아니니까요.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 가운데 영국 노동당처럼 우경화가 심한 부류가 클린턴이 지도하던 미국 민주당과 협의체를 구성한 게 진보라는 수식어로 치장을 했지요. 무려 세계진보정상회담까지 개최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다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좌파정당은 아닌 미국 민주당 때문입니다.

    남한에서도 집권해서는 죽어도 진보 지칭을 기피하던 김대중-노무현파가 노무현 집권 말기부터 자신들을 진보로 자칭하더니, 이제는 아주 적극적으로 씁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정당을-사회주의적 속성을 지닌-진보정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세계사적 추세에도 안맞고, 국내에서도 현실성을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반한나라당 대연합을 꿈꾸는 사람들은 그 의도 때문에 이를 즐겨 사용할 것입니다.
  • ghistory 2010/05/22 01:21 #

  • 사발대사 2010/05/22 00:57 # 답글

    트랙백 했습니다.(__)
  • ArchDuke 2010/05/22 01:55 # 답글

    반대급부도 있어요. 수꼴낙인 등등.
    50년 민주주의에서 남은건 조선시대같이 역적만들기 뿐인것 같습니다
  • 자유로픈 2010/05/22 13:06 #

    아직은 징후가 보이는 단계이고 실망하기는 이르죠. 앞으로 잘 되야 할 텐데요.
  • ArchDuke 2010/05/22 15:52 #

    ㅇㅇ 고쳐야지요.
  • 페이비언™ 2010/05/22 03:28 # 답글

    여론조사의 동향을 보니 북풍의 효과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야권 지지층의 결집이 더 뚜렷해보이는 상황이어서. 진보진영은 여전히 시궁창이지만 ...

    요새 지하철 타고 다니면 국정원에서 공익광고로 "좌익사범" 신고를 자랑스럽게 종용하던데, 진짜 이런 거 볼 때는 이 나라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워집니다. 반체제사범이나 안보사범같은 가치중립적 용어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을텐데 하필이면 저런 어휘를 선택하는 그 의도야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 자유로픈 2010/05/22 13:12 #

    노무현 정부 때는 그런 용어까지는 안 썼던 거 같은데, 심하구만. 암튼 이번 천안함 북풍은 진보진영에게는 정말로 큰 악재라고밖에 할 수 없을 듯...특히 독자노선을 걷는 진보신당의 생존이 걱정될 지경이다.
  • silvir27 2010/05/24 21:18 # 답글

    수꼴보고 수꼴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하는 분위기니 참... 수꼴이 낙인인가? 조폭문신이 아니라?

    자랑스럽게 난 수꼴입니다~ 하고 떠들고 다니던 애들도 있던걸 생각하면 분위기타서 남을
    짓밟으려는 이들의 행태에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만

    이젠 음모론이란 단어의 음험함때문에 상식적이라 생각되던 분들도
    일단 정부믿고 그 외 소리는 자중해야된다는 주장의 글들을 올리니 더 기운빠지는군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의문은 어디로 갈지 걱정스럽습니다.
  • 자유로픈 2010/05/24 23:41 #

    그동안 인터넷 일각에서 돌던 음모론적 시각들이 합리적 의심까지 구축해버리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으니까 그것을 경계하는 글들을 올리신 거라고 봐야죠. 암튼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겠지만, 이명박 정부에게서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개방적인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진실규명은 지난한 일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소수의 뜻 있는 전문가들이 계속 문제제기하고, 정부는 그것을 탄압하고, 대중은 그 장면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상황이 현 정부 기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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